일상의 풍경/일상의 풍경

아들의 훈련소 입대

행복한 마술사 2017. 7. 12. 12:30

 드디어 아들이 군대를 갔다.

보통은 1학년을 마치고 가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 번은 가야 하는 논산 훈련소에

아들은 대학 3학년을 마치고 몇 달 자유시간을 가지다가 드디어 입소를 했다.

취업난 때문에 군대도 재수, 삼수를 넘어 십수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만 들었지

내 아들이 그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

육군은 이래서 싫다, 해군은 저래서 싫다.

한때는 공군을 희망한다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최종 희망은 의경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희망하는 의경소집으로 당첨은 되었는데

하필 이렇게 더울 때다.

가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햇살 아래 잠깐만 노출되어도 공기 자체가 숨이 컥컥 막히는

이 더위에 아들은 지금쯤, 완전무장을 한 채 훈련받고 있겠지?

한편으론 짠하고, 한편으론 자유를 억압당한 그 단체 생활이 참고 인내하는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도 든다.

아들이 입소한 날은 7월 6일 오후 2시 30분.

"논산 훈련소"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춘들이 거쳐 가는 곳.

그곳에 처음으로 가 보았다.



편지쓰는 걸 즐겨하던 청춘 시절에는 군대 간 애인이나 한 명 있었으면....

소망했으나,

그런 인연은 한 번도 만들지 못한 채 청춘이 끝나버렸다.

하여 이곳, 논산 훈련소에 처음으로 와 보았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웠다.

불과 1시간 40분이니 닿을 수 있었다.



 

하필 연병장이 공사중인 날이라서

공식적인 입소식도 없는 이 날,.

아들은 동네 산책가듯 가벼운 차림으로

인사를 고하고 저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4주간의 훈련이 끝나면 자대배치를 받을 것이고

그곳에서 21개월의 군 생활을 한다고 했다.


4주간의 훌련.

6주간 받을 시절에 비해서는 짧다고 하나,

시퍼렇게 군대의 기강이 살아있는 오늘,

잘 지내고 올른지 ....

이 더위에 몸은 괜찮은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걱정이 된다.






마음대로 자고, 눕고 싶을 때 눕고, 만나고 싶은 사람 아무때나 만나고

그 자유를 잃어버린 오늘,

일상이 주는 소중함과 행복을 지금쯤은 깨달았을까?

무엇이든 지나고 봐야 아는 곳,

훈련소에서의 어려움도 지나고 나면 분명 그리움으로 회상할 날 있으리라.

인생이란 게 그런거니까....


이 아이는 위로 딸 둘을 낳고 세번째로 낳은 아이였다.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

라는 말이 인구정책의 모토로 여겨지던 시절,

셋이나 낳아 기르던 나는 미개인이었다.

낳을 때 의료보험도 안되는 것은 물론,

아이의 학비 지원도 안된다고 했다.

그런 불이익을 감수하고 낳은 셋째가 다행이 아들이라 하여

배아파서 정신없었던 나보다는 시부모님을 비롯,

주변 사람들이 더 많이 축복을 보낸 속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개구쟁이여서 태권도장 가는 봉고차 기다리는 와중에

도복까지 입은 채 학교 앞에서 오락기를 죽어라 누르고 있던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아들 모습이 떠오른다.

섬에 근무할 때는 무서워서 혼자는 절대로 잠 못이루던 엄마를 지켜주는 <호빵맨>이었다.


어느새 자라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아들을 보면서

다시금 세월의 빠름을 느끼곤 한다.

부디 건강하게, 더 야무진 모습으로 내 앞에서 나타나주기를...

빌고 또 빌어본다.


아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