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여행> 출발, 멜버른 이동
2014.8.11
지난 여름에 다녀온 호주를 일년 반이나 지난 오늘에야 올린다. 당시에 바로 올려야 따끈따근한 체험기가 될 터인데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니 이제야 기록을 한다. 행복했던 그 날의 기억을 되살려 글을 써 본다.
동생과 호주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함께 교직에 있는 동생은 결혼한지 이제 겨우 5년차, 어린 아들이 있음에도 타고난 방랑자 기질에다 처녀 시절의 자유로운 여행을 그리워하더니 결국 아이 때문에 망설이는 남편 대신 언니인 나를 여행 파트너로 삼아 여행 계획을 짜게 되었다. 혼자서 유럽 한 달 여행 경험이 있는 동생은 나와는 달리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을 선택하기에 15번이 넘는 해외여행이 있는 나는 동생을 따라 처음으로 자유여행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언어가 비교적 자유로운 동생을 따라 다니면야 나도 언제든지 땡큐다. ㅎㅎ
내게 할당된 여름방학 중 2주간의 근무를 마치자 마자 밤 비행기를 타고 호주로 날아왔다. 시드니 공항에서 다시 멜버른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이곳 멜버른으로 날아왔다. 공항에 내려 맨 처음 한 일은 유심칩을 바꿔 끼는 것, 단 돈 3만원에 한국보다 어 오래, 더 많이 스마트폰과 마주하는 세상을 만나게 된 것이다. 입만 있으면 어디든 못갈 데가 없다. 다만 딸리는 영어가 아쉬울 뿐이다.
멜버른 도로는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하다. 도로 이름만 알면 지도를 보고도 초행이어서 찾아갈 수 있을 정도라. 실제로 우리도 캐리어를 15분 정도 끌고, 숙소인 아이비스 버젯에 당도하였다. 지금까지의 해외여행 중 묵었던 어떤 숙소보다 작고 부대시설도 없는 방이었지만 세일하여 하룻밤에 십 만원이란다. 꽤나 비싼 물가이다. 침대 두 개와 작은 화장실 한 개를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방이다. 이곳에서 6일울 묵어야 한다.
많은 곳을 보기보다는 맘 먹은 곳을 집중적으로 보기로 한 동생과 나의 의견이 맞아들어 총 10일의 여행 기간 중 멜버른 6일, 시드니에서 4일을 묵기로 하였다. 이 방은 멜버른 6일동안 묵을 방이다. 어디든 정들면 고향이고, 작지만 깨끗한 이부자리, 나랑 7살이나 차이가 나서 함께 여행해 본 경험이 없는 동생과의 첫 해외여행이라는 데 의미를 둔다. 앞으로의 날들이 기대가 된다. 아자아자~
숙소 가까운 곳을 나와 식당을 찾으니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세계 어디나 있다는 중국음식점과 일본 음식점. 그 중에서 우리는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일본 음식점을 찾았다. 동생은 카레음식, 나는 미소 된장국을 시켰는데 동생것이 훨씬 맛있다. 비싸지만 맛은 없는 음식을 먹고 보니 외국에 왔다는 것이 실감난다.
내가 대학 1학년 일 때 동생은 초등학교 6학년 이었다. 차이가 많이 났기에 내 말을 엄마 말보다 더 잘 듣는 아이였다. 늘 바쁜 엄마 덕에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식구들 저녁을 챙겨야 했던 나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 일을 동생에게 물려주었었다. 집안일도 잘했고, 공부도 잘하던 기특한 동생이었다. 오로지 공부 하나 외에는 음악에도 미술에도 도통 재주가 없던 나와는 달리 동생은 공부에도 음악에도, 미술, 친구사귐, 레크레이션, 펜팔, 오락부장 등 다방면에서 재주가 많았다.
그러나 동생은 내 바로 밑 남동생 때문에 원하는 대학 대신 국립대학을 갈 수 밖에 없었다. 내 바로 밑 남동생은 우리 집 4남매 중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이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과를 가지 않은 탓인지 동생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전공을 살리는 일을 하지 않고 과외에 의존하여 20대를 보냈다. 중간이나 기말을 치고 나면 아이들은 떨어져 나갔고, 다시 새 아이를 구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들쭉날쭉하는 수입으로 인해 내 동생의 스트레스는 늘어만 갔다.
결국 동생은 28살에야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인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기 위해 교대를 1학년부터 다시 다녔고, 4년의 왕언니 대학생활을 거쳐 나와 같은 교단에 서게 되었다. 인생을 빙 돌아서 오긴 했지만 결국은 원하는 자리에 서고 만 의지의 한국인이기도 하다. ㅎㅎ
그런 동생이 늦은 나이에 결혼도 하고, 이렇게 시간 맞춰 해외여행도 오고 보니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다. 재미나게 잘 지내다 돌아가야겠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